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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속 온전함

알폰소 쿠아론, 로마


Roma, 2018, 멕시코, 135분


 죽은 체 하는 아이와 함께 누워서 함께 죽은 척 해주다 가정부 클레오는 “페페, 죽어 있는 것도 괜찮다” 라고 말하게 된다. 죽음이라 이름 붙인 잠깐의 휴식이 온전한 안식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가는 혼재된 현장에서 클레오는 뱃속의 딸을 잃는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는 딸을 잠깐 안는데, 나는 잔인하게도 차라리 더 큰 야만을 경험하지 않은 그 작은 아이의 이른 끝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몇 번이고 되뇌어온 나는 그런 잔인함을 품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고 동시에 나는 내가 두려웠다.

 박제된 개들 앞에서 살아 꼬리를 흔들던 개가 계속 생각난다. 죽을 줄 모르고, 죽음 뒤를 모른 채 여전히 살아서 죽음을 마주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모든 삶이 그렇다. 죽음 앞에서 죽음을 예상하지 못하고 살아 있으므로 움직일 테고 나아갈 것이며 나아질 것이다.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망가질 수밖에 없었던 차를 보내주고  집으로 들어서도 되는 새차를 들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헤엄치지 못하는 우리에게 밀려 들어도 바다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구할 때 비로소 나를 구하고 내 안의 응어리들을 고백할 수 있어진다. 클레오는 오래 돌본 아이들을 구한 뒤에야 뒤늦게 자신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 속엔 내가 느낀 안도의 죄책감이 들어 있다. 

 고용인과 노동자로만 분리되어 있던 두 여성이 자연스레 가족으로 묶이는 과정을 보았고 자꾸 울먹이게 됐다. 함께 삶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서로를 구하고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상처 받은 서로를 끌어안는다.

 관계와 존재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로마>의 가장 중요한 점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다. 한 나라의 요동치는 시대를 그려내는 것은 망각하지 않도록 상기 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그을린 사랑>의 뒤를 충분히 이을 수 있는 작품이다. 수없이 파도가 밀려드는 지금, 흑백의 화면은 상처 투성이의 우리를 두렵게 하는 잔혹함을 최대한 가려준다. 나는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더없이 내밀하고 서러운 흑백을 마주했다. 모두가 죽어가는 세계 앞에서 그럼에도 아무도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자 비로소 눈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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