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pariah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몰입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어쩌다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이 소거된 사람처럼 우두커니 한 단어를 만나게 되는 일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모르는 단어와 맥락을 발견하면 나는 무조건적으로 심취해서, 낯선 것을 내 일부로 만들기 위해 남용했다. 버림 받은 사람이라는 뜻의 그 단어가 내 일부가 되...
이 영화는 강력한 여성 서사다. 말레피센트에겐 유난히 크고 단단해서 바람의 저항에도 끄떡없는 날개가 있었다. 모든 갈등의 시발점은 그가 인간 남성으로 인해 날개를 잃게 되는 부분이다. 날개의 제거는 미래의 제거이며, 가능성과 자아를 훼손하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왜 말레피센트를 죽이려 했고 날개를 제거했는가'이다. ...
<리틀 드러머 걸>을 보려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지식을 습득하고 보는 편이 좋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보 없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면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겠지만 그 무언가의 실체를 끝내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역사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흐르고 있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미국인 퍼스널 쇼퍼다. 여기서 퍼스널 쇼퍼란, 유명인들의 의상을 관리하는 직업을 일컫는다. 화려한 세계 속 주인공들의 들러리라면 으레 그렇듯 모린의 삶 또한 무미건조하다. 정확히 말하면 생동감을 느끼기 힘들다. 그런 삶을 과연 모린이 원하고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모린은 왜 파리를 떠나지 못할...
죽은 체 하는 아이와 함께 누워서 함께 죽은 척 해주다 가정부 클레오는 “페페, 죽어 있는 것도 괜찮다” 라고 말하게 된다. 죽음이라 이름 붙인 잠깐의 휴식이 온전한 안식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가는 혼재된 현장에서 클레오는 뱃속의 딸을 잃는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는 딸을 잠깐 안는데, 나는 잔인하게도 차라리 더 큰 야만을 경험하...
시청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선택지는 건넸으나 자유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블랙미러:밴더스내치>는 미묘한 가치를 가진다. 이제껏 블랙미러 시리즈의 시간적 배경은 항시 미래였으나 자유의지라는 항목을 시청자에게 건네는 순간, 이 시도의 시간적 배경은 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유의지를 통해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것. 또...
단언컨대 이 영화는 '재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 치의 과장도, 왜곡도 없었으므로.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힘겹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게 될 것이다. 숨통이 막혀서 영화 보기를 중단하고 싶어질 것이고, 정말 중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현은 그렇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창작의 범주에서 과장과 왜곡 없이 작품을 만들기 쉽...
영화의 제목 가버나움은 예수의 두 번째 고향으로 불리던,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북쪽 끝 마을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가버나움에서 숱한 환자들을 살리고 기적을 일으켰으나 가버나움의 시민들은 회개하지 않았고 결국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나딘 라바키(감독)는 한 치의 희망도 없는 장소를 가버나움에 비유해 내세운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
대체로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 내 심장이 어떤 속도로 뛰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평소처럼 뛰고 있을 테니 관심 가지지 않는다. 성인의 평균 심박수는 70 정도라도 한다. 심박수가 120bpm까지 오르기 위해선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사랑을 하는 등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운동성과 더불어 한 가지 의미를 더 내포하고 있는데, 시대...
이 영화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은 헐리웃 대작들 사이에서 개봉한 영화다. 나는 <원더>에 '꿋꿋하다' 라는 형용사를 사용하고 싶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꿋꿋함에 대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원더는 꿋꿋하게 하고픈 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그 자체로 온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볼 때 필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
에드워드 양의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1991년도 작품으로, 최근 한국에서 다시 개봉되었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하는 아주 긴 영화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개봉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나는 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묘한 확신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도 그럴만한 게, 이 영화는 그저 매력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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